늑대의 문장

늑대의 문장

  • 자 :김유진
  • 출판사 :문학동네
  • 출판년 :2011-08-26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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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희생자는 세 명의 여자아이였다.

(……) 폭사(瀑死)가 시작된 것은 설이 갓 지났을 무렵이었다.

처음 세쌍둥이가 죽은 이후, 한 달 동안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마녀가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노래는 시작된다.



늑대와 더이상 구분되지 않는 개떼, 까마귀, 거대하고 어두운 나무,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 마을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폭우와 지진, 코끼리, 낙타, 깊은 밤의 안개, 공사장, 어둠, 고요,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노랫소리, 악몽……

김유진의 소설을 읽는 것은 마치 한 점의 인상적인 그림(/이미지)을, 그리고 아주 오래전, 어쩌면 태곳적의 어떤 소리를 읽는 듯하다. 낯설고 새로운 것이면서도 이미 내 안의 것이었던 듯한 그 그림(/목소리)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어떤 풍경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것만 같았다.



김유진이 첫 소설 「늑대의 문장」을 선보인 것은, 벌써 햇수로 오 년 전, 2004년 가을이다. 그해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신선한 상상력과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인위적인 접속을 생략한 채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단문들의 연쇄가 이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적절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서사의 전개과정이 지나치게 이미지 위주로 흐르지 않게 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었다.

오 년, 짧지 않은 시간 만에 한 권으로 묶인 아홉 편의 이야기들은, 그러나 보란 듯이 각각의 자리를 정확하게 찾고 있는 듯 보인다. 순간순간 깊이 각인된 채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들은, 한데 어우러져 또다른 큰 이야기를 만들어 보인다. 그리고 소설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김유진은 말하는 자, 이야기하는 자, 곧 소설가가 된다.



좀더 먼 훗날, 우리의 이야기는 뱀피리를 부는 소년들에 의해 노래로 구전되었다. 그 노래의 시작은, 마녀가 돌아왔다, 였다.(「마녀」)



작품들 속에서, 저자는, 그리고 이야기 속 인물들은 ‘말하는 자’, 그리고 ‘이야기하는 자’, 이다. 그들의(결국 우리의) 이야기는 뱀피리를 부는 소년들에 의해 노래로 구전되고, 목소리를 잃은 언니 대신 ‘나(소녀)’에 의해 무한히 반복되며(「목소리」),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듯 이야기를 짓고, 흩어진 이야기를 꿰매어붙인다(「늑대의 문장」).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그의 소설에서 ‘근대의 비극’을 보았다. 그에 따르면, “문제적 개인의 가망 없는 총체성의 회복 서사 대신, 상호폭력의 만연과 그에 따른 희생 위기의 출현, 그리고 폭력적 만장일치에 의한 희생제의로 이어지는 비극의 서사구조는 김유진 소설의 뼈대가 되었다.”



김유진의 소설은 매우 낯설고 불쾌하다. 소설 곳곳에서 덜 퇴화한 사랑니나 꼬리뼈처럼 귀찮고 성가시게, 그리고 종종 아주 고통스럽게, 고대적 존재들의 흔적이 출몰한다. 그러고는 극심하게 앓는다. 그들의 앓는 모습, 그들이 앓는 소리, 그것을 기록하는 자, 아니 소설쓰기를 통해 그들과 같이 앓는 자, 그가 김유진이다. _김형중(문학평론가)





그는 이야기를 짓는, 이 시대의 새로운 마녀다.

다시, 마녀가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완전히 새로운 노래가 시작된다.




「늑대의 문장」 날이 이례적으로 따뜻했던 어느 날, 세 명의 여자아이가 갑자기 폭사한다. 이후 폭사는 전염병처럼 마을에 퍼져가지만 발병의 원인은 물론 어떤 규칙성도 발견할 수 없다. 예고도 징후도 없이 이루어지는 무차별적인 공격 속에서 집집마다 키우던 개들은 방치되거나 버려지고, 개들은 늑대가 되어 밤만 되면 몰려다니며 가축과 폭사당한 사람들의 시체를 먹어치운다. 이제 낮에는 사람이 늑대의 자식들을 죽여나가고, 밤이 되면 늑대가 사람을 습격한다.



「빛의 이주민들」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테러에 대비해 매년 엄청난 예산과 인원을 투입하는 도시. 도시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헬리콥터가 뜨고 색색의 연막탄이 터지는 모의훈련은, 실제 테러인 듯 웅장하고 사실적이다. 툭하면 테러 진압요원과 전경 들이 길목을 막지만, 쓸모없는 신원조회가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통제가 풀리리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도시는 그들이 아니면 늘 평화롭다. 그런데, 테러가 일어난다. 테러범은 열세 살의 깡마른 소년. 그의 꿈은 도시 최초의 폭탄 테러범이었다.



「마녀」 우리집은 돌풍이 잦은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온전히 살아남아 있다. 대지와 우리집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는 거대한 나무 덕분이다. 이 나무는 신의 선물이자 가문의 축복이며, 이 나무를 손질하는 것은 몇백 년 동안 이어져내려온 가업이다. 첫번째 조상이 이곳에 뿌리를 내린 후 생존에 대한 의무감을 전통처럼 간직해오던 우리 가문에서, 유난히 아름답고 유약했던 어머니는 돌풍에 휩쓸려 날아가 자살함으로써 가문의 역사에 독보적인 자취를 남긴다. 그리고 어느 날, 엄마의 발목이 돌아온다.



「목소리」 ‘그’는 등(燈)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아름다운 등을 만들던 그는 어느 날, 가지런히 모아진 신발만 남겨둔 채, 자신이 만든 모든 등들과 함께 저수지 속으로 사라진다. 그후 언니는 매일 밤 별자리를 보며 입덧을 하고, 서서히 배가 불러온다. 마을엔 유례없이 쏟아진 폭우에 저수지가 불어나 집들이 물에 잠기지만, 언니와 나는 집을 떠나지 않기로 한다. 물이 집 안으로 들어와 언니와 나의 몸을 적시자, 언니는 물속으로 사라진 머나먼 이국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움」 태어날 때부터 움의 오른쪽 목 일부와 어깨, 그리고 오른팔 전체에는 홍반이 퍼져 있었다. 움의 붉은 오른팔은 다른 곳보다 빠르게 자라, 그는 거대하고 단단한 오른팔과 마르고 볼품없는 나머지 신체를 가진 소년이 되었다. 그 기형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된 사람들은 더이상 움의 팔이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움의 집으로 당대의 예술가들과 호사가들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움의 팔이 노릇하게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어제」 배의 이름은 귀신, 이었다. 해가 지고 물이 식으면 배는 좁은 물길, 나무줄기들이 강물을 움켜쥔 숲, 흰 배를 드러낸 물고기떼를 헤치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도 괴괴히 빛나는 그 배 근처로 모여들곤 했다. 그런데, 귀신이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다. 그리고 일 년 뒤, 배는 마을을 늪지대에 좌초된 채 발견되었다. 조부는 그 배를 거두었고, 기이한 열의를 보이며 그것을 세탁선으로 개조했다. 배는 십이 년 동안 계선주에 밧줄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런데, 한 차례도 풀린 적 없었던 그 밧줄이 어느 날 풀어진다.



「골목의 아이」 길을 잃은 골목 어귀에서 나를 거둔 것은 골목의 잔반 수거인이었다. 노파를 따라 잔반통을 끌고 골목을 누비며, 나는 이 골목의 길들이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방인에게는 절대 열리지 않는 길들,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는 길들이 있었다. 나는 그의 고쟁이 속에서 이 골목의 세부도를 찾아내지만, 내가 잃어버렸던 길의 양상은 물론 내가 밟고 서 있는 집의 위치조차 알 수가 없다.



「낙타 관광」 김은 어두운 방에서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오십 군데가 넘는 곳에 지원서를 보낸다. 김은 자신의 학력보다 월급이 적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곳에 지원해왔지만, 번번이 서류전형에서부터 제외되었다. 면접을 보러 가도 언제나 조금씩 과한 대답으로 후회만 남을 뿐이다. 어느 고등학교의 면접을 망친 후, 김은 서쪽으로 달리는 버스를 탄다. 시외의 한 테마파크에 떠밀리듯 내린 그는 폐장시간이 다가오는 그곳에서 낙타의 등에 올라탄다. 닿을 수 없는 곳에서부터 아득한, 아늑한 어둠이 서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고요」 나는 할머니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저 의무감 하나만으로 한 여자와 그녀의 딸아이가 지키고 있는 할머니의 집으로 간다. 그런데 마을에 온 후로 나는 주기적으로 몰려오는 잠에 시달리고, 실종신고를 하기 위해 읍내로 나가려 하지만 버스는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의 집으로 돌아온 나는 마당 한가운데, 집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죽은 척 엎드려 장난을 치고 있는 여자의 딸아이를 본다. 나는 알고 있다. 아이의 시선이 향하는 곳, 대청 밑에 할머니의 시체가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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