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도 없이 어디로 날아갔나

날개도 없이 어디로 날아갔나

  • 자 :정약용, 김려
  • 출판사 :알마
  • 출판년 :2012-04-25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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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당전서》에는 없다! 남의 문집 부록에 버려졌다.

185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본 정약용 최대의 시 작품, 〈팔려 간 신부〉




〈팔려 간 신부〉의 원작, 〈도강고가부사〉(원제 ‘道康?家婦詞’를 직역하면 ‘강진 장님한테 시집간 여인의 이야기.’ 도강은 강진 일대의 옛 이름)는 360행이나 되는 정약용 최대의 시 작품이지만 《여유당전서》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이 작품은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박제가의 시 모음인 《한객건연집韓客巾衍集》의 필사본 부록에서 발견되었으며, 작품 발굴자인 임형택 전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가 《창작과비평》 1988년 겨울호에 작품 해설과 발굴 경위를 발표함으로써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후 그 제목만은 더러 알려졌지만 원문의 난삽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작품을 접할 기회는 드물었다. 이번 작업은 연구용 자료나 독본으로 정리된 경우를 빼고는, 어린이를 포함한 청소년, 일반 독자를 위한 최초의 운문화 작업이다.





작품의 특징과 의의



이 시는 화자인 ‘나’ 정약용이 1803년 유배지에서 직접 본 사연을 정리했다는 짤막한 머리말에 이어, 여인이 두 번째 체포, 압송당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소녀는 끌려가고 소녀의 어미는 옆에서 울고 있는데 이 광경을 본 ‘나’가 그 어미에게 끌려가는 연유를 묻고, 어미의 입으로 그간의 사정을 말하게 하다가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온다. 정약용은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나 도덕적 교훈을 개입시키지 않고 모든 사실을 어미의 입을 통하여 말하게 함으로써 철저히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구성의 완결성을 높이고 있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직접 목격한 사연을 바탕으로 시를 썼다고 하는데, 사대부가 평민 여성의 사연을 바탕으로 시를 쓰겠다는 발상 자체에서 여성을 향한 새로운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나아가 아버지와 남편이 맺고, 고을 원님이 ‘여성의 도리’를 내세우며 다시 한 번 다짐한 혼인을 두 번이나 깨고 집을 나온 여인의 행동을 분명하게 제시한 서술 태도는 조선 문학사에서 그 이전에는 유래를 찾을 길이 없다.

가부장 아비?돈 많은 남편?남편과 결탁한 원님 대 달아나는 여인?딸을 도우려는 어미의 대립 구도 또한 봉건사회 속 강자 대 약자의 처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는 정약용 사상의 핵심인 ‘애민사상’의 바탕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작품이 방대하다거나, 시각이 새롭다거나, 소재가 놀랍다는 말로는 이 작품의 시적 성취를 온전히 드러내기 힘들다. 묘사의 아름다움이나 장면의 집중력은 고답적인 한문학 전통에 비추어서도 그 완성도가 높다. 여인이 혼수를 거두며 혼인을 준비하는 장면 들은 발자크 소설의 묘사를 방불케 하고, 여인이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그것을 어미에게 보내는 장면 들은 독자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는 긴장을 느끼게 한다.





노동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백정 집안에서 자라

반듯한 사람됨과 아름다운 자태로 양반의 청혼을 받은 방주와

신분 차별을 거부하는 툭 터진 양반 장 파총 이야기, 〈방주의 노래〉




이 작품은 720행 3,250자에 달하는 김려의 장편 서사시다. 김려는 15세에 성균관에 들어가, 27세에 진사시에 합격한 수재였지만, 32세 되던 1797년 이후 글쓰기가 문제가 되어 10년 동안이나 변방 유배지를 떠돈 문단의 이단아다.

김려는 당대에 유행한 《열하일기》의 영향을 받아 정조와 지배계급이 혐오해 마지않던 ‘소품체小品體’를 구사한 작가였다. 그는 결국 1797년 서학과 유언비어가 빌미가 되어 함경도 부령으로 귀양을 가야 했고(실제로는 소품체가 밉보였기 때문에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것), 1801년에는 신유사옥에 다시 한 번 걸려들어 경상도 진해로 유배지를 옮겨 소금구이네 집에 살게 된다. 〈방주의 노래〉에 보이는 백정의 생산 활동, 전복 따기, 고기잡이, 배 부리기, 어촌 생활 장면에는 진해 시절의 경험이 오롯이 녹아 있다. 평민과 천민의 노동을 긍정하는 시선에는 부령과 진해를 오가며 겪은 시골의 소박한 이웃에 대한 정다운 추억이 녹아 있다.

그는 편집자로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김려는 유배에서 풀려난 뒤 엮은 16인 문집(자신 포함) 《담정총서?庭叢書》를 엮었는데 여기에는 권력에 의해 사라질 뻔한 친구 이옥(샘깊은오늘고전 02 《일곱 가지 밤》의 원작자), 강이천 등의 글이 실려 있다. 이 문집은 조선 후기 문학 자료의 보석상자와도 같은 업적이다.





한국 문학사 전체를 통틀어 유래를 찾기 힘든 평등 지향

사람뿐 아니라 물고기까지 향한 생명존중사상




어느 집 규수보다 반듯한 백정의 딸이 양반의 청혼을 받았다. 비록 혼인 장면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보다 더 직접적으로 평등사상을 드러낸 작품은 조선 문학사 전체를 통틀어도 찾기 힘들 것이다. 더구나 그 사상과 지향을 일상생활을 통해 형상화한 수법이 놀랍다. 김려는 백정의 노동, 백정이 자연을 벗 삼고, 가족끼리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정교하게 그리면서 신분을 떠나 ‘인간’을 환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주인공 방주를 그렇게 훌륭하게 키워낸 방주 아비의 형상도 이채롭다. 폭력적인 가부장이 아닌, 젖을 뗄 무렵 어미를 잃은 늦둥이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돌보는 아비의 심성이 노동에 대한 긍정,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 들과 어울려 그때까지 좀처럼 보기 힘든 새로운 ‘남성’까지 창조하고 있다.

청혼 장면의 의도는 분명하다. 양반 장 파총이 백정 아비에게 청혼할 때 인간은 신분에 관계없이 평등하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또한 그 사이에 배치된 “천하 사람은 모두가 동포” “천지가 만물을 생성하는 이치는 고르고 가지런해서 원래 한쪽으로 치우치는 법이 없다”는 장 파총의 말은 선언 이상의 진정을 느끼게 하는 장치다.

장 파총의 젊은 날을 고통에 찬 떠돌이의 삶으로 설정한 점도 그저 지나칠 수 없다. 장 파총의 떠돌이 생활 덕분에 조선 곳곳 보통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생생히 묘사된다. 장 파총의 떠돌이 생활 속에 전복을 따러 갔다 돌아오지 않는 어민, 전복을 바치라며 어민에게 몽둥이질을 하는 관리들의 횡포가 사실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마구잡이로 고기를 잡는 것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마지막 대목에서는 평면적인 사회비판을 뛰어넘는 김려의 생명 존중 사상도 읽을 수 있다. 김려가 존경한 동시대 문인 박지원의 「호질」 속 문명비판, 생명존중사상이 여기에서도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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