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 자 :박상규
  • 출판사 :들녘
  • 출판년 :2014-04-17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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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씹는다! 안 풀리는 인생들을 위로하는 통쾌한 뒷담화

쿨하고도 핫하게 세상을 비튼다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의 별명은 ‘개천마리’. 천 마리는 보신탕집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가 먹고 입고 자라는 데 희생됐을 개의 숫자이다. 덕분에 그는 ‘신기’에 가까운 능력의 소유자가 되었다. 길에서 주운 개 한 마리를 마흔 마리로 불리는 재주를 갖게 된 것. ‘딱 거기’까지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애석하게도’ 그에게는 한 가지 재주가 더 있다. 바로 어린 시절 일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글솜씨다. 지금도 아빠와 살던 보신탕집 ‘오작교’와 집 나간 엄마가 살림을 차린 ‘창신여인숙’을 오간 기억이 생생하다. 오작교와 여인숙은 그에게 세상의 전부였다. 세상의 끝과 끝을 잇는 험한 길 위에서 슬픔을 삭였다. 길 위에서 숙성된 감성으로 그는 작은 것을 사랑하고 약자를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그리고 취재현장에서 치한이나 프락치로 몰리는 기자가 되었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는 ‘비주류의, 비주류에 의한, 비주류를 위한’ 책이다. 책에 실린 마흔아홉 편의 에피소드 모두 소외당한 이웃(여기에는 물론 저자도 포함)이 주인공이다. 박 기자는 중심보다는 주변부, 주류보다는 비주류, 승자보다는 패자와 약자에게 애정과 연대의식을 느낀다. ‘주류로 향하는 길’에서 벗어난 사람들-철거민, 파업노동자, 실업계 고교생, 노숙자, 귀촌 부부 등-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이 가득하다. 실제로도 그는 가난하거나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뛰어다녔다. 초보 기자 시절이던 2005년, 한 젊은이를 희생시킨 군의 잘못된 진료 시스템을 취재한 기사가 빛을 받아 ‘올해의 인터넷기자상’과 ‘인권언론상’을 받았다.

이 책에는 ‘이게 다 ○○ 때문이다’라는 원망과 미움이 없다. 대신 주류들을 날카롭게 꼬집고 비판한다. 기자의 시선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냉철하게 분석하면서도 특유의 유머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스스로 비주류의 길을 선택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리 힘내자! 네 뒤에는 아웃사이더를 위해 싸우는 박 기자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 책은 팍팍한 삶에 찌든 사람들을 대신해서 세상에 칼을 겨눈 저자의 ‘레알 인생 스토리’이다.





엄마, 그때 도대체 왜 그랬어?



‘엄마가 나만 두고 떠났다. 형과 누나들은 데려갔으면서, 막내아들인 나만 아빠 곁에 남겼다. 도대체 왜?’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빠와 단둘이 살면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분노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매일 집 앞에 앉아 엄마를 기다리며 목이 터져라 울었다. 가끔 엄마를 찾아갔지만 결핍은 채워지지 않았다. ‘정상’이 아닌 자기 가족이 부끄러워 거짓말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비밀’을 지켰다. 곪을 대로 곪다가 고름이 터지듯, 침묵을 견디지 못한 상처가 글로 쏟아져 나왔다. 부모님을 향하던 펜은 점점 바깥으로 방향을 틀었고 어느덧 세상의 진심을 담는 기자가 됐다.

25년여 만에 같이 살게 된 엄마는 좀 ‘골 때린다’. 친아들보다 주워온 개들을 더 애지중지하고, 간장게장 담을 꽃게를 사기 위해 박봉인 아들의 지갑을 호시탐탐 노린다. 평소 대하는 걸 보면 죄책감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언젠가 “왜 나만 두고 갔느냐”고 묻자, “너는 나 없어도 잘 살 것 같았다”거나 “네가 아빠를 제일 많이 닮아서”라고 대답할 정도니까.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에 ‘뽕짝’을 좋아하는 엄마와 정규직 기자이자 김광석을 좋아하는 아들은 ‘화합’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꽃게를 한 빠께스나? 꽃게 장사하게? 엄마 돈 많은가 보네.”

엄마도 지지 않는다. 목소리의 데시벨이 올라간다.

“미쳤냐? 니가 사!!”

나도 괜히 한 번 튕겨 본다.

“내가 갑부인 줄 아나 보네. 엄마는 무슨…….”

이쯤 되면 엄마가 대화를 끊는다.

“야, 시끄러! 빨리 출발이나 해. 고작 꽃게 한 빠께스 갖고 드럽게 유세 떠네!”_본문 38쪽





세상을 바로 보게 해주는 필터, 엄마



저자는 복잡한 심경으로 엄마를 바라본다. 6?25 때 고아가 돼서 중학교 중퇴 학력에 이혼녀, 목욕탕 때밀이, 식당 아줌마를 거쳐 지금은 청소 일을 하는 대한민국 비주류 여성노동자. 그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단순히 원망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지켜줘야 할 ‘사회적 약자’이며 세상을 바로 보게 해주는 ‘필터’이다. 청소부 엄마를 보며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엄마의 투쟁에 연대하기로 다짐한다. 담배와 욕설은 힘든 삶을 견디는 저렴한 진통제였을 것이기에 그는 ‘꼴초’에 ‘욕쟁이’인 엄마를 이해한다. 아직 애정보다는 애증에 가까운 감정이지만 모자는 조금씩 화해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가끔 상상해 본다. 예순다섯 살 여성 청소노동자에게는 최소임금만 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세상에 맞서 엄마가 고개 꼿꼿이 들고 “이 미친놈들이 화장실에 똥이 넘쳐봐야 노동의 쓴맛을 아나, 응?”이라고 외치는 모습을 말이다. 이어 물걸레도 휙 집어던지면 더욱 더 볼만 할 것 같다.

사실 늙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인 엄마는 단 하루도 정규직으로 살아보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목욕탕 때밀이로 일했고, 최근 10년은 식당노동자와 청소노동자로 일했다. 늘 물을 이용해 사람과 사물, 공간을 깨끗이 하는 노동을 한 셈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저 낮은 땅의 여성노동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 탓에 엄마는 사회에 존재하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 ‘역사를 만든 굳센 손’이라는 사회적 평가는 늘 남성노동자의 몫이었다. 물에 젖은 채 30년을 노동한 여성의 손은 시선을 끌지 못했고, 지금 엄마의 손에는 이젠 치료도 잘 안 되는 습진만 유산처럼 남았다._본문 147~148쪽



저자는 삶으로서 말한다. “내 인생은 ‘모범’과 거리가 멀었지만 이렇게 잘 살고 있다”며 자신과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을 위로한다. 드라마처럼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잘못된 건 없다. 다시 생각해보니 엄마에게 고맙기도 하다. 엄마를 통해 세상을 더 잘 이해하는 기자가 되었으니 지금의 삶은 결국 ‘엄마 덕분’이다.





‘한국인 조르바’의 행복한 고민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표준에 투쟁하는, 기자이자 시민 박상규의 ‘고민 모음집’이다. 그는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에서 사회적 이슈를 포착한다. 치질 수술에서 대한민국 의사의 몰상식함과 생리하는 여성의 고통을 깨닫는다. 이혼한 누나의 가슴 성형은 이혼 부모들에게 무조건 퍼붓던 비판을 거두는 계기가 된다. 영화 〈살인의 추억〉은 ‘스릴러’가 아니라 ‘여성 영화’라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그 과정이 거창하지 않다. 내 주변에서 시작해 세상으로 뻗어 나가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공감하다 보면, 생판 ‘남’이 ‘우리’가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또한, 이 책은 제대로 사는 것에 관한 고민을 던진다. 우리는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그저 되는대로 ‘막’ 사는 게 아닐까? 세속적인 가치관에 사로잡혀 살면서 불행의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고 있지는 않나? 박 기자는 ‘조르바’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정상(normal/top)’과 거리가 먼 삶을 살겠다고 답한다. 그리고 ‘꼭 그렇게’ 살고 있다. 집을 ‘개판’으로 만든 개 마흔 마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똥차’를 타고 50㎝ 눈이 내린 곰배령에 죽음 무릅쓰고 찾아간다. 한 달 휴가를 무보수 ‘노가다’에 바치고는 몸으로 일하는 즐거움을 얻는다. 계속 ‘이렇게 살다 디져 불’ 작정이다. 이 책은 남들과 똑같이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현대 도시인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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