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 자 :박영대, 정철현, 최재정, 황기홍
  • 출판사 :작은길
  • 출판년 :2016-09-28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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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의 생애와 그가 평생 숙고한 과학에 대한 철학적 탐색, 그리고 그 철학적 업적의 대표작이 된 과학혁명의 구조를 면밀하게 다루는 교양만화이다. 1962년에 출간된 과학혁명의 구조가 한국에 소개된 해는 1980년이었다. 출간 50주년 기념판이 2013년에 우리말로 번역되고 나서도 몇 해가 지났다. 과학철학자, 과학도, 과학책 애독자 등 그간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 왔다.



하지만 영문으로도 독해가 쉽지 않은 쿤의 문장과 번역상의 어려움, 또 반세기라는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이 책과 쿤의 생각이 세상에 던졌던 놀라움은 적잖이 퇴색된 듯하다. 출세작의 이름보다 더 유명해져 버린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이 지금은 일상다반사로 쓰이다 보니, 뭐가 그리 대단한 발상이었던가 싶기도 하다. 물리학자의 꿈을 지녔던 한 청년은 어떤 과정을 거쳐 과학철학자로 변모해 갔던 것일까?



칼 포퍼를 위시하여 쟁쟁한 과학철학자들 앞에 쿤이 제시한 과학의 새로운 이미지는 어떻게 획득된 것이었을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혁명과 패러다임의 개념은 쿤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할까? 쿤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미치고 있을까? 쿤의 시대는 우리의 시대와 그리 멀지 않기도 하지만, 그가 사유한 철학적 주제는 과학적 사회적 국면 변화 아래서 늘 새롭게 탐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현재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진화해간 철학자, 토머스 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이하 구조)의 바탕이 된 자신의 연구방법을 ‘역사주의적 과학철학’이라고 이름했다. 쿤의 학문적 여정에는 몇 차례의 ‘전회’가 있었는데 그 첫 번째에 해당하는 변곡점이라고 하겠다. 과학 이론과 과학 활동에 대한 철학적 검토에 역사적 고찰을 결합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하버드대학원 물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그에게 뜻밖의 연구 기회가 찾아든 것은 순전히 운 덕분만은 아니었다.



쿤은 토론과 사고, 글쓰기를 중시하는 진보적인 교육을 받고 성장했다. 과학과 수학을 좋아하고 거기에 재능을 보였지만 문학과 철학도 사랑하는, 요샛말로 융합적 적성을 보이는 청년으로 성장했다. 하버드 물리학과에 진학해서는 대학 문학회로 유명인사를 대거 배출한 ‘시크릿 소사이어티’ 활동을 했으며, 하버드의 학보사인 크림슨에서 편집장까지 지낸 이력이 있었다. 대략 50여 년 전 바야흐로 미국사회는 과학에 전폭적 지지를 아끼지 않으면서 대학에서는 쿤 같은 융합인재가 요청되던 때였다.



쿤은 하버드대 총장 코넌트의 야심찬 플랜에 따라 물리학의 역사를 연구해서 인문학도에게 가르칠 기회를 얻었다. 물리학도에서 과학사학자로의 변화. 그리고 2차대전에 직접 참전하면서 갖게 된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회의에 스스로 답하고자 했던 생각은 그를 본격적으로 철학으로 이끌어가게 된다. 쿤은 구조로 명성이 높아진 이후에도 자신의 생각이 하나의 도그마가 되길 원치 않았기에, 초기의 혁명적 철학개념들은 토론하고 검토하여 부단히 수정해 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 이것은 과학인가



쿤 이전에도 의미 있는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한때 같은 대학에서 연구한 알렉상드르 코이레만 해도 1930년대에 갈릴레이 연구라는 탁월한 저작을 내놓은 상태였다. 쿤이 고대 그리스로부터 물리학의 역사를 고찰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거목은 아리스토텔레스였다. 물리역학이 다루는 운동과 공간(장소)의 개념을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으로 설명해 보면 이렇다.



“그는 지상의 모든 물체가 4요소(불, 공기, 물, 흙)로 이루어진 혼합물이라고 생각했죠.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우주란 코스모스(cosmos), 즉 질서 잡힌 세계를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이 요소들은 각각 맞는 자리가 딱 정해져 있죠. 물체는 이 요소의 혼합비율에 따라 각기 다른 본성을 갖고, 또 있어야 할 장소가 정해지는 것이죠. …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는 그 본성에 따라 있어야 할 장소로 이동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 이런 우주 속에서 장소는 제자리에 있지 않은 물체(무질서)를 제자리(질서)로 되돌리는 힘을 줍니다.” - 본문 77~78쪽 쿤의 대사 중에서



요컨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체계에서 공간은 물체의 본성에 맞게 주어지는 것이며 이 본성을 실현하는 과정이 물체의 운동이다. 그에 따르면 병아리가 닭으로 자라는 과정도 본성을 실현하는 운동이다. 근대적 의미, 즉 뉴턴역학에 근간한 물리학만을 과학적 사실로 알고 있는 우리에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은 낯설 뿐만 아니라 비과학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쿤은 “고전역학의 세계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도 합리적이고 정합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역학과 뉴턴의 고전역학 사이에는 어떤 것이 옳다고 “심판할 절대적 심판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쿤은 이것을 개념화하여 그의 주요 철학개념인 ‘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과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을 제시하게 된다. 그는 뉴턴역학과 상대성이론 사이, 그리고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사이에도 공약불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누적적 연속적 발전이냐, 불연속적 단속적 전환이냐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개념에서 짐작했듯이, 과학적 지식이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대한 쿤의 입장은 후자였다. 쿤의 해석이야말로 과학혁명이라고 불리어 온 사건들에 대한 보다 온당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태양중심설)은 중세의 지배적 세계관이자 천문관인 프톨레마이오스 체계와는 조금의 공통지반도 갖지 않았다. 그야말로 단절적, 혁명적 전환이었기 때문이다.



쿤이 이전 연구자들과 달랐던 점은 ‘정상과학’(normal science)의 발견에서 보다 더 두드러진다. 이는 곧 그의 주저인 구조의 제목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바다. 과학혁명‘들’(scientific revolutions)의 ‘구조’(structure). 여러 차례 발생한 혁명‘들’에 의해 패러다임은 전환되었다. 이제 새로워진 패러다임 아래서 과학자들은 어떻게 연구를 할까? 혁명 이후 과학 활동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것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정상과학이다.



정상과학이란 개념도 다른 개념들과 마찬가지로 논쟁적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에 대해서는 7장(1965년 런던, 논쟁의 중심에서)에서 상세히 다룬다. 포퍼를 비롯한 당대 과학철학자들 앞에서 자신의 이론을 옹호하고 상대의 반증을 논박해야 하는 쿤. 1965년 런던 학회의 쟁점은 현재에도 유효한 만큼, 저자들은 그때의 열띤 지적 토론을 독자들이 실감할 수 있게끔 내용을 구성했다.





과학을 ‘철학’하다



“과학철학의 흐름은 크게 토머스 쿤을 기준으로 ‘쿤 이전’과 ‘쿤 이후’로 나뉜다.”(본문 57쪽)고 평가할 수 있다. 그만큼 쿤이 한 일은 독보적이고 기념비적인 것이었다. ‘쿤 혁명’, 이런 후한 평가도 따라붙지만, 그런 쿤도 이 책에 ‘카메오’ 출연을 하는 그의 친구 파울 파이어아벤트 같은 급진적 과학철학자에 비하면 보수적으로 여겨질 만한 면을 가지고 있었다.(이에 관해서는 5장의 뒷부분에 담았다.) 그럼에도 쿤은 과학에 대한 연구에 새로운 물꼬를 열어젖히는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이 책을 쓴 두 저자는 같은 연구공동체에 몸담고 있는 친구다. 이들은 과학과 철학을 함께 공부해 오면서 이야기하고 느꼈던 점을 에필로그에 오롯이 담아냈다. 직접 등장인물이 되어서 전체 글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우리는 쿤 덕분에 과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었다. 그에게 빚지고 있지만 쿤이 남긴 과제를 떠안기란 만만찮은 일이다. 그럼에도 저자들이 에필로그에서 나누는 대화에 귀기울여 본다면, 평범한 우리들이 갖추면 좋을 과학에 대한 태도, 과학적 지식을 향유하는 방법 등에서 공감할 만한 대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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