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문화풍토와 세상살이의 여러 현상들을 삶의 경륜에서 나오는 혜안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사회의 환부와 허물을 다만 질타하는 것이 아니라 넉넉한 품으로 감싸안는다. 사회와 부모의 치열한 교육열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연에서 뛰어노는 체험을 빼앗기고 갈수록 산성화되어 가는 게 아닐까 걱정한다. 또 자기 아이가 어느 분야에서나 모든 것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그것으로 이웃과 세계를 완벽하고 지배하며 군림하기를 소망하는 소유와 지배 욕망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이 책은 그런 이청준의 인생 철학이 행간마다 잔잔하게 흐른다. 작가는 우리 모두가 서로 조화롭게, 삶의 가치를 지켜 나가고, 끝없이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면서, 존경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그것이 그가 만난 사람들과 그가 대한 “세상 풍물의 표정”들을 통해 배운 진리다. 그렇지 못할 때 삶은 “끝없이 답답한 현실 혹은 현실의 야박한 꿈에 갇혀버린 가파르고 척박한 일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