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봉과 가시악이 낮은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제주 남서쪽의 모슬포. 이곳에 한밤중이면 망아지를 찾는 어미 말의, 어미 말을 찾는 망아지의 애달픈 울음소리에 이끌려 맨발로 대문 밖을 걸어 나가는 소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세상 단 한 사람, 오로지 소년에게만 들립니다. 소년의 마음속에서 울려오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눈도 뜨지 못한 채 울음소리를 쫓아 이슬 맺힌 오름을 헤매는 소년의 이름은 고동지, 거친 제주 앞바다에 물질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그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에 멍이 든 것입니다. 물론 동지도 알고 있습니다. 제주 바다가 삼켜 버린 엄마는 두 번 다시 동지의 곁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나 동지는 믿고 싶습니다. 제주 말로는 ‘조끄뜨레 하기엔 하영멍 섬’,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멀다는, 한 번 가면 돌아올 수 없다는 전설 속 섬 이어도에 엄마가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