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사는 그것에 접근하는 분석가나 실천가에게 객관성이나 과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역사적 거리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소극적인 평론가적 자세를 견지할 수많은 없는,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사건의 격류 속에 자신을 던질 수밖에 없는 실천가의 경우 이러한 어려움은 특히 가중된다. 사실상 역사의 현장에 가까이 있다고 해서 사태의 핵심과 본질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저마다의 상황이 가지고 있느 구체성과 특수성, 격변기의 사건들에 으레 수반되기 마련인 우연과 모순 대립의 중첩, 사태의 핵심을 은폐하는 허위 의식과 환상, 제사건의 외관을 장식하는 과장된 몸짓과 허황된 문구들- 이 모든 것들이 뿜어내는 안개 속을 뚫고 사태의 핵심에 도달할 때 비로소 주체적 실천을 위한 참된 인식이 획득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