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가든

힐링가든

  • 자 :김주덕
  • 출판사 :다빈치
  • 출판년 :2008-06-13
  • 공급사 :누리미디어 전자책 (201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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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돌보고 서로 빛나게 하며 나와 나의 정원은 하나가 된다. 풀과 나무의 푸르름을 보고, 형형색색 꽃들의 화사함을 보고, 이른 아침 새들의 재재거림을 듣고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이 있을까? 이른 봄 파릇파릇 돋아나는 연둣빛 새싹, 한여름 내리쬐던 햇살을 가리며 시원스레 쏟아지는 소나기, 살랑대는 가을바람에 고운 색깔 뽐내는 단풍, 소복한 흰 눈 머리에 이고 있는 장독대 앞에서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까? 이들은 모두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선물이다. 우리 모두는 자연의 품을 그리워한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아주 오랜 옛날, 자연의 일부로서 땅에 몸을 누이고 하늘을 이불 삼아 지낸 기억이 우리들 유전자 속에 퇴화되지 않고 남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때 인간은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와 다를 바 없는 존재여서, 그들과 마찬가지로 햇빛과 땅과 물의 기운을 받고 서로에게서 필요한 것을 취하며 지냈다. 이제 우리는 우리를 품고 있던 자연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최첨단 시스템에 둘러싸여 살면서 조금의 부족함이나 불편함마저 없애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충분히 안정되고 행복해졌는가? 불편함을 해소하면 할수록, 부족함을 채우면 채울수록, 마음속 허전함이 더욱 커져가지는 않는가? 수많은 사람, 물건, 정보, 흥밋거리 등과 함께 지내며 종종걸음 치지만, 편히 마음 두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 하나 없어 외로움만 더하지는 않는가? 나약한 기계 부품 같은 존재가 되어 닳고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끙끙거리며 신음하는 우리를 치유해줄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돈으로, 물질적인 것으로, 머리로 계산할 수 있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엄마의 품 같은 자연에게서 안정을 찾고 삶의 의지와 기쁨과 희망을 되살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경험한 것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남부러울 것 없이 안온하고 행복했던 날들이, 눈 감는 날까지 영원할 것만 같던 날들이 어느 날 끝나버렸다. 아무런 준비도, 예측도 할 수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겠다는,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좀처럼 하지 못했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 모두 마비되어 멍한 눈길로 하늘과 땅만 응시하며, 살아 숨은 쉬지만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밤낮을 보냈다. 그때 아주 작은 희망의 손짓과 기운을 보내오는 것들이 있었다. 굳게 닫힌 눈이 그들을 인식하는 순간, 기능을 잃은 것만 같던 코에, 피부에 그들의 향기와 작은 떨림이 느껴지는 순간, 마음속에 상냥한 바람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당장 도시의 집을 팔고 흙으로, 숲으로 들어왔다. 잘 하고 있는지 어떤지에 대한 판단이나 주위 친지들의 걱정은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저 자연이 이끄는 대로 그들 가까이 다가갔다. 각종 식물 관련 서적을 싸들고 들판을 헤매며 새로운 친구들에 빠져들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땅을 이른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다독였다. 서로가 기운을 주고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처음에는 허망하여 앉아 한숨 내리쉬지 않으려고 몸을 재게 놀려 고단하게 만들었다. 계절과 상관없이 흘린 땀이 식을 새가 없도록 움직이며 꽃과 나무를 가꾸고 농작물을 거두어들였다. 풍요로운 정원을 가꾸는 것에는 무한정 욕심을 부리고만 싶었다. 어느덧 흙에서 나고 자란 풀과 꽃과 나무가 들려주는 노랫소리가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모습과 싱그러운 향기로 눈과 코를 즐겁게 해준 것들은 훌륭한 먹거리가 되어 몸의 건강까지 되살려주었다. 꽃과 열매가 벌과 나비와 새들을 불러모으듯, ‘청재설헌’이라 이름 지은 집에 반가운 손님들과 친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쾌활함과 즐거움을 되찾기까지 8년여 긴 시간이 흘러가 넉넉함을 가진 중년의 나이가 되었으나, 이 넉넉함은 돈이 가져다준 것이 아닌, 자신을 불러들인 땅과 식물들이 가르쳐준 것이었다. 정원을 가꾸는 것은 단순히 흙과 식물을 대하는 일이 아니다. 땅 가까이에 붙어 피어나는 작은 꽃을 보기 위해 내 몸을 한없이 낮추어야 하고, 키를 훌쩍 넘어서 자라나는 멋진 나무를 까치발을 하고 고개를 젖혀 경외심으로 대해야 한다. 꽃의 화려함이 영원하지 않듯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나고 스러짐을 지켜보며 인생을 배운다. 반가움과 아쉬움과 기다림과 떠나보냄을 겪으며 단단한 사람이 되어 간다. 내가 자연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나를 단련시키고 길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을 치유한 정원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연에 한 발 내딛고 사는 삶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 무엇도 자신의 마음을 열지 못하고 위로해주지 못했을 때 자연이 그 일을 해냈음을, 그 품 안에서 안정을 느끼고 위안 받았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자신을 받아들인 제주의 너른 들판이 있었음을, 아름다운 것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방법을 가르쳐준 고故 김영갑 사진가와 같은 친구들이 옆에 있었음을 깨달으니, 자신은 행복한 여인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그래서 모두에게, 이름 모를 들꽃에게까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한다. 또한 자신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일찍 떠난 남편에게도. 우리 마음을 다독이는 자연은 작은 꽃 한 송이에, 풀 한 포기에 귀를 기울이고 몸을 낮추어 들여다보는 내 자세에서 시작된다. 거창한 정원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남의 손을 빌려 인위적으로 연출한 정원도 아니다. 핏줄이 땡기듯 자연스레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에 다가가 가만가만 내게 손짓하는 꽃과 나무와 마음을 나누면 된다. 그러므로 나를 치유하는 정원은 내 책상 위, 탁자 위, 창틀에 놓인 작은 꽃병, 화분 하나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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