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입니다. 일어나자마자 호박꽃은 하품을 합니다. 활짝 피어난 호박꽃 속으로 햇살이 쏟아져 내립니다. 호박벌들이 날아듭니다. 슬기는 호박벌이 무서워 다가가지도 못하는데 만복이는 용감합니다. 호박꽃 속에 벌이 들어간 틈을 이용해 잽싸게 꽃봉오리를 움켜쥡니다. 꽃봉오리에 갇힌 벌들이 오토바이 소리, 헬리콥터 소리를 냅니다. 더욱 자신만만해진 만복이는 더 많은 호박꽃을 꺾습니다. 호박꽃을 지근지근 밟아버립니다. 벌들도 밟힙니다. "아아악!" 만복이는 귀를 감싸 쥐고 데굴데굴 구릅니다. 만복이는 벌에 쏘였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용감한 만복이는 왜 벌에게 쏘였을까요? 시인 안도현님이 "처음으로 마음먹고 쓴" 연작 그림동화 중 세 번째 책입니다. 연작 그림동화에는 자연과 한몸이 되어 놀고 다투고 화해하며 살아가는 슬기와 만복이와 난이가 등장합니다. 이 세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일상과 놀이와 꿈을 안도현님은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시(詩)의 운율이 느껴진답니다.